남북한 문화적 교류와 도서관에 대한 고찰

                  성균관대학교/ 유학 동양학부/ 하세진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말투가 생소한 학우 한 명을 만난적이 있었다. 얼굴은 한국인 같은데, 웬지 무엇인가 달라보였다. 요새야 학교들마다 교환학생을 하여,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많은데, 분명 그 말투는 아니었다. 기회가 닿아 서로 이야기를 해보니, 거의 고등학교 정도 나이까지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넘어온 새터민이었다. 한국으로 온 뒤 공부를 더 하여, 대학교에 들어왔던 것이다. 대화하다보면 언어부터 시작해서 서로 생각에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 그때의 묘한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북한이라는 곳, 서울에서 차로 가면 평안북도까지 어림잡아도 여섯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일텐데, 또 바로 우리 눈 앞에 있는 이 가까운 땅에, 같은 한 나라였던 곳의 사람인데, 왜 이런 신기하고도 생소한 느낌이 들었을까.


모르는 사이에 남과 북은 서로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의미로서 분단된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 양식인 문화가 달라졌다. 사람들의 문화가 달라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 국가, 혹은 한 민족임을 내세울 때 공통적 요소로서 전제되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같다면 설령 정치적으로 나누어져 있을지언정 서로 동질감을 느껴 다시 하나가 되기 쉽지만, 문화가 다르다면 강제로 합친다 한들 사람들 마음속에서 어울리기가 힘들어져 신뢰와 화합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필자가 느꼈던 묘한 느낌은, 북한에서 넘어온 사람을 직접 만났다는 신기함 수준을 넘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과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어릴적에 넘어왔고 한국에서 몇 년 살았던 일반인과의 차이가 그 정도라면, 북한에 오래 살았고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의 문화적 차이는 상상을 넘을 정도로 클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통일’을 생각함에 있어서, 막연히 ‘통일해야 한다’ 라는 정치적인 구호나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통일을 잘 이룰수 있고 진정한 신뢰와 화합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준비가 될까’를 고민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우선과제일 것이다. 설령 지금 당장 휴전선을 걷어내고 정치적인 통일만을 이룬다 한들, 문화적 측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숱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나라가 나누어지기 전, 김구 선생님께서 국가의 다른 요소보다도 문화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던 것은 지금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여, 현재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는 역시 문화적 교류와 동질성의 회복일 것이다. 요새 언론 등에서 나오는 통일 관련 논의들은 너무 정치적, 혹은 법적인 측면이나 군사적 측면만 지엽적으로 부각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식의 통일논의를 이루어간다 한들, 그것은 하드웨어적인 통일이 될 뿐 소프트웨어적인 진정한 통합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면, 필자는 그것의 핵심적 방법이 인류문화의 보고인 ‘책’ 에 있고, 이 ‘책’을 관장하는 도서관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선진국들이 공통적 특징이 바로 도서관의 보급과 그에 관련된 문화활동들이다. 우리도,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한 도서관과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교류방안에 대해 고민해본다면, 통일 뿐 아니라 통일 뒤의 시대를 대비하는데에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여기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살펴볼 것은 도서관과 인문학(역사, 예술, 문학 등)작품 보급 문제이다. 도서관의 발전은, 지식의 역사뿐 아니라, 문화를 지탱해주는 가치체제의 변화와도 관련이 크다. 도서관에 대한 관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고들 하는데, 사회조직에서 ‘제도’로 보는 입장과 ‘사회기관’ 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 중 사회기관으로 보았던 학자 세라(J.H.Shera)는 도서관은 사회적 기억(사회적 정신력)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개인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기억에 비해서, 사회적 기억이란 그것이 정확하게 기록되어져 수집되고 체계적인 조직화가 되었을 때, 사회적 유산으로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도서관은 하나의 문화적 핵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과 사회의 관계를 통해 보는 북한도서관 연구 / 신은정, 백진경 ’ 에 따르면, 도서관은 문화적 교양기관으로서 사람들에게 책을 통한 학습, 문화유산의 창달, 가치공유를 하게 해주는 곳이다. 물론 북한에서는 출판물에 대한 규제와 사상에 대한 강요로서, 순수한 문화교육기관적 성격보다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우선시 하는 듯 보인다. 그러다보니 함경남도 도서관의 경우 사회과학분야가 30%정도, 자연과학분야가 70%정도로서 장서가 구비되어 북한의 군사적/실질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만 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이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폭의 문학과 인문서 구비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폭넓은 철학적 사고의 전개, 혹은 사회의 알 권리나 의사소통적 기관으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은 무시되고 있고, 자신들이 중시하는 사회이념의 실현 도구로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이유때문이라도, 도서관의 사회적인 역할이나 가치를 중요시할 생각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종 김일성 저작물 등을 통해서 증명된 바가 있다. 예전에 읽었던 ‘북한 도서관의 이해 / 송승섭 ’ 책에서 보았던 내용 중 인상깊었던 내용은, 김일성 저작집 26권에 있던, ‘책은 자연과 사회에 대한 지식을 주며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입니다.’ 라는 구절이었다. 그리고 기타 구절까지 참고시, 물론 북한체제유지를 위한 면이 없지 않겠으나, 책 자체의(특히 문학작품에 대해서도) 가치를 모르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이 비교적 개수는 적지만 북한에 평양 인민대학습당, 그리고 지역별로 인민학습당, 군중도서관, 대학도서관들이 있는 이유이다. 뒤집어서 말한다면, 북한에 있어서 도서관의 역할 방향을 조금만 다르게 하거나 추가적인 성격을 부여한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과 더불어 남북한의 통일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과 책 관련하여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정신적, 가치적 공유를 처음부터 밟아 나갈 수 있는 곳은 단연 인문학이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전후한 작품들, 그리고 현대문학작품들, 고조선때부터 조선말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자료나 도서들, 예술과 장인정신, 예술작품에 관한 것들은 분명 핵심적인 분야들이다. 즉, 이런 작품들에 대해서 남북이 서로 협의하여 도서를 교환하거나 기증과정을 거쳐 비치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작품을 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문화에 관한 한 발짝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인문학 작품들을 예로 든 것은 그것이 단순한 자연과학 서적보다 교양과 정신문화 가치에 기여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고, 남북한 사이의 이념논쟁이나 미묘한 사상문제를 어느정도 비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협의만 된다면, 남한 사람들이 북한 작품을, 북한 사람들이 남쪽 작품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단초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미 2007년 4월 19일자 신문들에는 ‘제1회 한-독 도서관 컨퍼런스’ 관련된 반가운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한양대학교와 김일성 종합대학교간에 남북도서관 교류 협력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기술 등이 발전한 남쪽에서 전자도서관 관련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북한에서 일부 전자화한 원문자료를 남쪽에서 볼 수 있게 학술적인 제공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과거에 비해 한단계 나아간 환영할만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하여 결국에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도서도 교환하고 기증하여 서로 읽을 수 있도록 전국의 도서관에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남쪽에는 통일부 산하 북한자료센터에서 학술연구로서 소수의 자료만이 존재하고 있는데, 남북간 협의를 거쳐 선정한 폭넓은 인문학 작품들이 전국의 도서관에 퍼질 때, 우리는 북한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되어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언어문제이다. 몇 년전에 북한 관련 글들을 보다가,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하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었지만 계단을 ‘디대’ 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거의 외래어같은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을 것이다.


언어적인 문제는 한 문화에 있어서 근본이 되는 것이며, 동시에 미래사회의 민족 정체성과도 관련되는 문제이다. 현재 남북한 문화 차이는 여러군데에서 나타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다름아닌 언어의 이질성 문제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극복해야 될 과제는, 문화적 이질성의 극복을 통한 민족적 동질성 회복의 문제인데, 1차적인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일 시대에 대비해서, 우리는 남북한의 언어의 이질적인 면을 뛰어넘어 통합적 체제구축을 해야한다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북한의 사람들이 만나는것이, 금강산관광이나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외하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역시 이에 대한 답도 첫 번째와 연관되어 있다. 즉 도서관에 풀어낼 인문학 서적 등을 선정할 당시에, 남북한의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학회를 자문기구로 설치하여, 그 인문학 작품들에 나오는 언어의 뉘앙스나 단어의 뜻 등을 기록한 추록집을 발간하여 전 도서관에 배포하거나, 방송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 일주일에 한번 정도 ‘책 소개하기 코너’로서 작품의 의미와 언어적 뜻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면, 이는 자연스레 언어적 이질성과 그에 기반한 문화성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남북한의 이러한 작업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유년시절부터, 우리와 같이 하나가 되어야 할 곳이 있고, 이 곳이 사실 우리와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으로 친근하다는 인상을 주어야 보다 통일에 대해서 진취적인 태도와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교류가 없었기에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서 의식조사를 하면 북한을 거의 ‘다른나라’로 인식하거나 ‘통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응답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라면 북한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한 정부와 당국자들이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통일’ 에 관련하여 반세기 동안 수많은 논의들이 있었고, 통일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도 평소에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통일과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다만 자료를 찾다가 안타까웠던 것은,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정치적, 국제적, 경제적 의미의 통일 논문이나 자료는 많은데, 미시적인 측면에서의 문화문제는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이었다.필자가 여러 방안 중 ‘도서관’ 이라는 기관을 선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통일관련해서는 수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바, 기존의 시설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더군다나 그 문화적 효과는 아주 크리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끊임없이 협상을 해야 하는 일이겠지만, 북한이 체제유지와 사상교육 등을 위해 힘썼던 도서관이 역으로 통일을 위한 신뢰와 화합을 앞당길 수 있는 기관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잠시 학교도서관 사서로도 일하였고, 조그만 마을 도서관에서 여러 사업 실습도 참관하였던 필자 입장에서는, 도서관과 관련하여, 혹은 거기에 같이 포함된 언어와 관련하여 남북한이 협력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하였다.


분단 반세기가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남과 북은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이산가족들은 세월의 한을 안고 세상을 뜨고 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제는 서로에 대해서 점점 모르고 멀어지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통일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그리고 진정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도서관 같은 작지만 강한 곳에서부터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화합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날이 반드시 곧 올것이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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