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체제강화 움직임과 주민통제


북한이 지난 4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와 그 뒤를 이어 소집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를 열고 체제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의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는 미국을 양자대화에 끌어내기 위한 대외용이라는 분석과 탄도 미사일 발사 능력을 세계에 홍보에 미사일 수출 길을 트려는 장사용, 주민들을 결속하기 위한 내부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내부용에 가깝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굶주리는 주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근 3억 달러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북한의 움직임에서 내부결속이 얼마나 시급했는지 역력히 드러난다.


북한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문패를 달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사상대국, 군사대국을 이뤘다고 장담하는 북한이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는 경제대국 건설이다. 아무리 군사대국이라고 주민들을 달래고 사상으로 사람들을 통제해도 당장 배고픈 주민들을 달랠 수는 없다.


북한 정권이 그동안 엄청난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여기에 속아 넘어갈 주민들은 거의 없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꺼내든 것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려워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라고 둔갑시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을 보면 주민 결속이 얼마나 큰 사안으로 떠올랐는지를 알 수 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우주과학기술능력을 보여주어 강성대국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제3기 김정일 체제 출범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당면하게 김정일 건강이상 이후 주민들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체제 불신과 불안을 지워버려야 한다. 김정일 후계체제에 대한 미결로 인한 권력공백을 막기 위해서도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선거를 통해 체제의 출발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천리마의 정신’을 되풀이하면서 과거 70년대로 회귀하려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내부적으로 장마당 통제를 강하게 하면서 2000년 들어 부활했던 시장통제를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로 활성화되었던 종합시장을 폐쇄하고 과거 농민시장 형태로 돌려 세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국경으로부터 침습하는 외부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국경일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중국으로부터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위부와 보안서 등 권력기관들이 정보 진원지를 색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상의 움직임으로 볼 때 현재 북한의 현안문제는 체제강화와 후계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대안으로 나선 듯하다.


북한이 체제위기 의식을 나타낸 것은 지난 2월 26일 북한이 내부적으로 전체 당원들에게 당중앙위원회 ‘비밀편지’를 내려 보낸 데서도 단적으로 나타났다.


탈북지식인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전체 당원들에게 정치사상적 준비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전력, 금속공업, 철도운수 등 경제부문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비밀편지’라는 것은 북한이 대내외 상황이 아주 긴박할 때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전체 당원들에게 비공개로 내려 보내는 편지로 일명 ‘붉은 편지’라고 한다.


지금까지 ‘비밀편지’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51년에 전체당원들에게 전쟁승리를 고무하는 내용으로 내려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북한이 전쟁을 겪고 있고 통신수단이 전무한 상태에서 보냈지만, 최근 ‘비밀편지’의 내용을 보면 최근 북한의 상황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내걸었지만, 경제상황도 안 좋기 때문에 북한은 비밀리에 당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내외사정이 긴박함을 알리고 다시 한 번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국방위원회 강화를 통한 체제 강화 움직임


북한이 체제 안정화에 주력하는 움직임은 지난 9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를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김
정일을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추대하고 국방위원회 위원 5명이 더 추가돼 위원은 모두 8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종전에 국방위원회 위원이었던 최용수 전(前) 인민보안상이 빠지고 대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김정각 북한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 부부장,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새로 임명됐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새롭게 임명된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당과 군, 보안기관의 핵심 간부들로 그들이 김정일 3기 체제를 강화하고 후계체제를 밀어 붙일 수 있는 주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국방위원회 위상 강화를 통해서 김정일 체제의 3기의 안정적인 출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후계구도까지도 국방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게 하는 그런 측면에서 국방위원회 강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군 경력이 없지만, 국방위원회에 발탁된 것은 그가 김정일의 매제인 동시에 김정일 와병 이후 북한의 주요 정책 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세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주상성 보안상과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 부부장들도 북한체제의 안전과 사회치안을 맡은 권력기관의 수장들로 그 지위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민 동요를 차단하고 국경을 통한 정보유출과 외부정보 반입 등 체제 위해 요소들을 막고, 시장통제와 같은 체제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전병호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와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 제1부부장이 모두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되면서 군수공업을 우선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한편 이번에 임명된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수행하기 위한 ‘충성 분자’들로 꾸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유임되고, 사실상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대리하고 있는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국방위원에 선임된 것은 후계 작업에서 군이 차지하는 역할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63)은 지난 2월 1일 김정일 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입후보자로 추대하는 제333선거구에서 “만경대 혈통, 백두 혈통을 총으로 지켜 나가자”고 맹세했다.


북한의 장마당 통제와 과거에로 회귀정책


북한이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과거 사회주의 ‘상업망’을 복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함경북도 지방에서는 개인들이 공산품을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게 하고 국가상점에서 팔도록 했다고 한다. 함경북도 지방과 연락하고 있는 한 탈북자는 “지금 장마당에서는 천류, 잡화류 등 공산품을 국가적인 상업계통에서 유통되도록 통제한다.”고 말했다.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천, 신발, 가장집물 등 공산품들을 상업관리소(국영상업기관) 산하의 공업품 상점, 건재상점, 백화점, 수매상점 들에서 팔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산품을 파는 상인들은 그렇게 물건을 맡기면 장사 회전이 잘 안되고 계산도 정확치 않기 때문에 국가 상점에 물건을 맡기지 않고 ‘메뚜기장터’로 나간다고 한다.


북한은 2005년까지 주민들을 먹여 살릴 힘이 없어 장사를 허용해주었다. 그런데 장마당을 지금처럼 놔두었다가는 자본주의에 젖어 사회주의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은 보안원과 순찰대, 여맹규찰대를 내세워 개인 공산품 장사를 통제하고 있다. 그러자, 공산품 장사꾼들은 장마당에 들어가지 않고 ‘메뚜기 장터’에 모여 팔다가 보안원이 오면 달아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또한 40대 미만 여성들을 모두 장마당에 나오지 못하게 통제한다고 한다.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있는 양강도 혜산 출신 한 탈북자는 “젊은 여성들이 출근하지 않고 장마당에 나가면 자본주의에 젖어 사회주의가 변질된다.”고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남성들도 직장에 일거리가 없는데 여성들은 더욱 일자리가 없다. 더욱이 올해 식량난이 시작되면서 젊은 여성들이장마당에 나가지 않으면 온 가족이 굶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40대 미만의 젊은 여성들은 “공장에 나가야 배급도 안주면서 우리 보고 장사 못하게 하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라고 하면서 도처에서 단속반원들과 싸움도 벌어진다고 한다. 북한이 과거 사회주의 부흥시절로 복귀하려는 통제가 강화되면서 주민들 간에 마찰이 커지고 있다.


국경봉쇄와 외부정보 유입 차단


최근 국경지역에서 주민들의 국경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국경일대를 돌면서 ‘비법월경자들의 말로’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벌이고 있다고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이 말했다.


약 40분 분량의 이 공연은 일종의 반(反)탈북자 공연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을 탈출해 다른 나라로 갔지만,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가 비명횡사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최근 식량사정이 급박해지면서 국경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 북한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식량난에다 당국의 통제까지 가세되면서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나오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을 본 주민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탈북자들이 송금해주는 돈으로 먹고 사는 가족들은 공연에서 “탈북자가 개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선전하자, “개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무슨 수로 돈을 보내겠냐.”면서 공연자체가 허구라고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편, 국경일대에서는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추방 조치도 실시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김정일 이 회령시를 돌아보고 돌아간 다음 탈북자 가족들이 추방되고 있다고 남한의 대북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7일 전했다.

이 단체는 회령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어머님의 고향이 너무 어지럽다”는 불만을 터놓았다고 한다. 왜냐면 근 10년 동안 회령시가 탈북자들의 주요 탈출 통로로 되고, 중국과의 밀수범람 지역으로 된데 대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회령시에서는 “누구네 집이 한 밤중에 실려 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또 “누구네 집은 보안서에 아는 사람이 있어 빠졌다”는 식으로 희비가 엇갈린다고 한다.


여기에 북한 당국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가 실패했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하자,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사람이 굶는데 인공위성을 쏴서 무엇하는가.”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또 ‘광명성 2호’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김정일 장군의 노래’ 울려 퍼진다고 하자, 주민들은 “그럼 노래나 틀자고 그 비싼 위성을 쏘았는가”면서 도리머리를 한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국경일대와 양강도 국경일대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중국을 통해 들어가면서 북한 북부 국경일대에 비상일 걸렸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당국이 현재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고 대대적 선전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 쪽에서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는 소식이 입 소문을 통해 들어가면서 국경일대의 보위부와 보안서에서는 진원지를 색출하기 위한 정보활동이 강화된다고 한다.


특히 화교들을 통해 이러한 소문이 유입된다는데 초점을 두고 화교들과 연계하고 있는 중국 내 친척들과 한국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탈북자 가족들에게 눈길이 돌려지고 있다고 한다. 보위부와 보안서 정보원 및 안전소조들은 소문의 유포자들을 신고하고 있다고 한다.


보위부와 보안원들은 “광명성 2호가 실패했다는 것은 우리혁명과 우리당의 업적을 훼손하고 인민들의 사기를 저락시키기 위한 적들의 도발”이라고 하면서 각 인민반 회의들에서 선전한다고 한다.


탈북자 도강 둘러싼 국경경비대의 악순환


최근 북한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김정일의 함경북도 지방 현지시찰 등 여러 행사가 있은 다음 국경 일대 경비가 한층 강화되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렇게 강화된 북한 국경 경비와 때를 같이해 지난 3월 17일 북한군에 의해 강제 연행된 미국의 두 여 기자 사건으로 인해 중국 변방대의 경비도 강화되었다고 한다.


최청하 숭의동지회 사무국장은 두만강을 넘는 탈북자 수의 감소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금전문제 때문인 것도 있지만, 북한 내부 상황이 더욱 삼엄해진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말했다.


“남조선 ‘기도자’들은 무조건 처단하라는 당중앙위원회 지시문이 내려왔다는 소리도 있고, 그리고 3월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진행되면서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노동당의 지시가 국경경비대와 보위부, 보안서 등에 내려지고 여기에 노동적위대와 교도대들이 2중 3중으로 그물망을 펴고 탈출 통로를 막고 있다고 최 국장은 말했다.


이렇게 강화된 국경 경비 때문에 탈북자들이 두만강을 넘거나, 중국에 들어왔다가 잡히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탈북을 주저하고 있다고 최 국장은 말했다.

그러나 이미 중국에 나와 있던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태국과 몽골을 비롯한 제3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 입국 탈북자의 수는 과거와 별로 차이가 없다고 통일부 산하 하나원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강화된 국경경비 속에서도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함경북도 무산군이 고향인 한 탈북자는 말했다.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데려오는 사람들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 연길까지 들어오는데 만, 한국 돈 250만원, 미화로 1,800달러를 줘야 한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다.


국경경비대들도 상습적으로 탈북자를 넘기고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에 그들과 잘 협상하면 여전히 탈북통로는 뚫려 있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다.


인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체제안정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당국의 현재 모습은 과거 북한이 부흥했던 70년대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다.


한때 북한의 모습은 일심단결이라는 이념적 구호아래 당국과 주민은 한 덩어리로 비쳐져왔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이러한 통제 속에서 주민과 집권 권력계층과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통제와 억압이라는 수단으로 주민들의 삶을 짓밟고 생존을 위협하는 당국의 처사가 계속될수록 두 세력 간의 균열양상은 더욱 벌어질 것이고 북한당국이 현존 체제를 얼마나 더 오랫동안 지탱할지 미래가 요원하다.